우리 문화재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단지 국보 몇 점 정도뿐인 우리에게 문화재가 지닌 수많은 사연과 가치를 알려 주고, 문화재를 보는 눈을 길러 주는 책이다.
지은이는 미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이 책을 통해 역사학자 수천 명이 해야 할 일을 혼자 해 냈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우리 문화와 유적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면서 주목을 받은 책이다.
미학에 대해 알지 못하더라도 주변의 보잘 것 없어 보이는 돌덩이에서도 미를 찾아낼 수 있는 안목과 애정을 길러 주는, 문화 유산 답사의 충실한 길잡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에 대한 안목을 갖출 수 있는 묘책으로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인간은 아는 만큼 느낄 뿐이며, 느낀 만큼 보인다.’ 는 등의 구절을 소개하며 주로 2박 3일 단위의 여행 코스를 안내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남도 답사 일 번지’로 작가 자신이 명명한 강진과 해남 지방을 시작으로 예산 수덕사와 신라의 고도 경주 일대의 유적, 관동 지방의 폐사지, 문경 봉암사, 인간과 자연의 행복한 조화를 보여 주는 담양 일대의 정자와 원림들, 동학군의 전설이 어린 고창 선운사 순으로 우리 문화의 정수를 보여 주고 5천 년 역사의 향기 속으로 안내한다.

 

1. 작가는 어떤 태도로 문화재를 볼 것을 권하고 있는가?
2. 문화재의 가치를 알리는 것 이외에 국토의 아름다움을 묘사하고 땅의 역사를 소개한 곳을 찾으며 읽어 보자.
3. 각 문화재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은 무엇인가?
4. 우리 문화재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던 내용은 무엇인가?

 

고등학교 국어 책에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일부분을 본 적이 있는가? 마침 우편원격교육으로 여러 책을 찾다가 기회가 되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 배우던 국어 책은 ‘빙산의 일각’ 만큼 작은 것이지만 나에겐 좋은 기회가 되어 주었다.

 

현대의 대한민국 국민은 흔한 것은 귀하게 여기지 않는 습성이 있다. 가식의 화려함에는 곧 잘 현혹되면서도 평범하고 소박한 가운데 진실과 아름다움이 있음은 쉽게 놓쳐버린다. 작은 땅덩이인 우리나라지만 같은 지역, 같은 혈통, 같은 제도, 같은 풍습, 같은 운명공동체로서 그토록 오랜 역사를 엮어온 민족국가는 드물다. ‘우리나라의 모든 국토는 박물관이다.’ 라고 말하는 서두 부분부터 여행을 좋아하는 나에게 호기심을 주기에 충분했다. 대한민국의 국민의 일원으로써 우리나라의 문화를 알아야 한다. 유럽의 문화유산들이 뛰어나다는 인식들을 버리고 작고 소박한 그리고 흔한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을 알아야 했다.

 

‘남도답사 일 번지’라고 칭한 강진, 해남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예술은 관념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모름지기 대상에 대한 사랑과 감동에서 시작함을 알릴 수 있는 것이 남도의 봄이었다. 남도의 봄빛을 보지 못한 자는 감히 색에 대하여 논하지 말라고 말한다.

 

하지만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인간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문화유산 앞에는 높은 빌딩이 가로막히기 시작하는 것을 본다. 인간의 손때보다 더 더러운 것이 없다더니 저 더러운 손길이 닿을 적마다 옛 정취도, 자연의 생태계도, 인간의 마음 씀도 송두리째 버리고 만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우리 것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깊이 알고 싶어 하는 자주적 정서가 우리 세대에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누구나 수학여행 때면 가본 경주 등 많은 곳을 다녀봤지만 제대로 여행을 해보았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일까? 사람들은 놀기를 좋아하면서도 단순히 노는 것에는 금방 싫증을 느낀다. 노는 중에 무엇인가 하나라도 얻을 수 있는 앎의 기쁨이 동반될 때 비로소 논다는 일은 더욱 즐겁고 계속 즐길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가봤다는 만족과 즐거움은 오래가지 않는다. ‘인간은 아는 만큼 느낄 뿐이며, 느낀 만큼 보인다.’ 답사를 제대로 하려면 지식을 습득한 후에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나에게 커다란 도전을 주고 있었다.

 

강진, 해남, 예산 수덕사와 가야산 주변, 경주, 낙산사, 관동지방의 폐사지, 문경 봉암사, 담양의 정자와 원림 , 고창 선운사 지역의 역사적 특성, 바뀌고 있는 부분들 심지어 전설과 과학적 분석, 사적에 있는 개까지 사사로운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해 보이고 있다. 가보지 못한 곳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심지어 답사일정표와 안내지도, 실제 찍은 사진까지 곁들여서 보니, 마치 내가 그곳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

 

수학여행에 간 경주를 되새겨 보았다. 경주를 말하려면 진평왕릉과 장항사 절터와 에밀레종의 소리를 들어야 신라문화의 품격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것들은 본적도 있는 것 같고, 들은 적도 있는 것 같지만, 모른다고 밖에 말할 길이 없다. ‘찬란한 역사’의 흔적들을 무시한 셈이었다. 불국사와 첨성대, 석굴암이라도 지식을 습득하고 갔더라면 우리나라의 문화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단 한 장면의 사진처럼 나의 기억에 존재하는 것들은 수많은 석공들의 땀과 혼을 무시해 버린 것 이었다. 무려 2세기동안의 기간을 단 하루 만에 습득하기 위해서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자신에게 부끄러웠다.

 

낙산사 또한 그랬다. 실제로는 볼만한 유물이 없는 절이지만, 작가는 ‘동해 낙산사!’ 라고 감타 부호를 찍으며 이야기 하고 있었다. 만해 한용운 스님이 장엄한 ‘낙산일출’을 바라보기 위해 지은 의상대. 의상대사와 원효대사의 창건설화 만으로도 ‘동해 낙산사!’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만큼 아는 것 없이는 작건 큰건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 하나 흔한 것들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 가슴을 호통 치는 것은 ‘동해 낙산사‘는 우리 국토에서 사라져버렸다. 아직 제대로 가봤다고 말 할 수도 없는데, 그 기회조차 인간들이 만들어낸 산불이 휩쓸었다. 이젠 이 책과 과거의 자료를 통해서 밖에 볼 수 없었다. 조금만 더 관심이 있었더라면, 지금은 존재하지 않지만 내 기억에서 조차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동해 낙산사!‘ 라고 감탄을 치며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부당한 천대 속에 외면당하고 있는 우리 문화유산... 조상들의 노력과 슬기가 베어 있는 문화유산에 그 원리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돈으로 복원할 수 있다고 말한다. 보호한답시고 페인트칠고, 기둥을 세우는 행위는 파괴하는 행위임을 알아야한다. 우리문화에 대한 이해가 이루어 져야 비로소 그것을 진정으로 가꿀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유산에 대한 궁금증을 씻어 줄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Posted by 가우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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