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명 작가의 <고구려> 1,2,3권으로 고구려 15대왕인 미천왕의 중요 일대기를 마무리 지었다. 책 서문에 작가는 "우리 젊은이들이 <삼국지>를 읽기 전에 <고구려>를 먼저 알기 바란다."고 말했다. 작가 본인이 17년을 기획했고, 고구려 역사 가운데 가장 극적인 시대라 손꼽히는 여섯 왕의 이야기를 다룬 총 13권의 대하소설로 나올 예정이라고 하며 독자들이 기대하고 있다.

 고구려 700년의 역사는 학창시절 국사시간에 학습한 내용이 전부이며 고구려 왕 중 소수림왕, 광개토대왕, 장수왕 정도만 빼면 미천왕은 역시 낯선 왕들의 이름이다.

 고조선의 영토를 차지한 낙랑군을 400년만에 몰아낸 미천왕(15대)을 시작으로 고국원왕(16대), 소수림왕(17대), 고국양왕(18대), 광개토대왕(19대), 장수왕(20대)의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하며 김진명 작가의 상상과 역사적 근거를 토대로 재미있게 읽었다. 사실과 허구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어 마치 사실인 듯한 느낌으로 읽었다.

 

고구려3권 미천왕 / 낙랑축출편의 낙랑은 우선적으로 자명고를 찢던 낙랑공주를 생각하게 한다. 허나, 낙랑이라는 두개의 나라가 존재했다는 것을 이를 통해 알게되었다. 역사적 근거로 미천왕 14년에 낙랑이 고구려에 멸하여 속했으며 삼국사기를 통해서 만났던 소금장수 을불을 소재로 소금을 팔던 청년이 한나라의 태왕이라고 불리는 왕이 될 수 있었는지, 그 속에 감쳐진 비밀들을 역사와 상상의 줄을 아슬아슬하게 타면서 풀어내고 있다.
고문에 나와있는 왕후 주씨로 화한 주아영이 고구려의 위기를 모면하게 하는지, 현도성을 지키기 위한 모용외의 투입과 생각대로 되지 않음을 한탄하는 최비, 미천왕 등극과 전쟁 준비 10년등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낙랑을 멸하든 내가 죽든 둘 중 하나가 있을 뿐이다!" 현도 출정 이후 십 년 만에 또다시 터져 나온 미천왕 을불의 일성이었다. 고구려 역사상 가장 짧은 출정의 변이었지만, 십년간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노심초사하여 낙랑 원정을 준비해온 왕의 외침에 장수들은 물론 병사들까지 감동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낙랑을 멸하든 신이 죽든 둘 중 하나가 있을 뿐입니다.!"

 

미천왕인 을불은 이 책에서 말하는 것과 같이 소금장수와 노비같은 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허구적인 뛰어난 무예와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고 준비한 것이 아닌 창조리와 조불같은 권력층의 사람들이 상부의 독재에 대항하여 선대왕의 조카인 을불은 찾아 반정 아닌 반정을 했다고 한다.

 

1권(도망자 을불)과 2권(다가오는 전쟁), 3권(낙랑추출)을 통해 미천왕 일대기가 마무리 되었다. 도망자 신분에서 잃어버린 낙랑땅을 되찾기까지의 극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폭정을 일삼는 봉상왕 상부, 천하에 두려울 것이 없는 선비족 우두머리 모용외, 진의 황제를 꿈꾼 야심가 낙랑태수 최비, 여자임에도 남자들의 세상을 손에 쥐고 뒤흔든 불세출의 여인 주아영, 낙랑 최고의 무예가 양운거. 세상은 어지럽고, 세상을 지배하려는 야욕 넘치는 영웅들 속에서 인성과 지혜를 갖춘 미천왕의 일대기는 역사드라마 속에서 보아왔던 어느 왕 들과 특별히 잘난 것도 모자란 것도 없어 보인다. 13대 서천왕의 손자로 태어났지만, 자신의 아버지가 반역 혐의로 봉상왕에게 죽임을 당하자 신분을 속이고 살면서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들을 키워나가며 백성을 먼저 생각하고 멀리 내다볼 줄 아는 혜안을 가졌던 미천왕을 통해 우리가 미처 잊고 지냈던 역사속 왕을 기억하는 것도 재미있겠다.

군더더기 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스토리와 팩트와 허구를 적절히 섞은 인물들, 짧은 문장 안에도 각각의 인물들에 불어넣은 캐
릭터의 힘만 봐도 김진명 작가 다운 소설이다. 전쟁을 거듭할수록 업그레이드 되는 전략들 때문에 독자는 책장을 넘기기가 무
섭게 소설 속으로 빠져든다. 중국의 동북공정과 같은 시대적 상황 때문이라도 거기에 맞서 우리 고구려 문화를 제대로 알리는
문학이 필요했다고 생각하는 작가의 뜻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이런 역사소설이 가지는 맹점이 그러하듯 역사적 진실과 작
가의 상상력이 한데 버무러진 소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는 역시 독자의 몫으로 남겨둘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Posted by 가우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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