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승리에 대한 이야기 (상) (리그 오브 레전드 한국커뮤니티) |작성자 인트릇개
목차
승리를 위한 픽은 정해져 있다
픽의 의미
밴픽 시스템
게임의 본질
팀파이트의 중요성
팀파이트의 기본
1 - 승리를 위한 픽은 정해져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 그 중에서도 소환사의 협곡에서 벌어지는 일반/랭크 게임은 10명의 소환사들이 선택한 10명의 챔피언들이 두 개의 팀으로 나뉘어 겨루게 된다.
현존하는 챔피언들은 모두 113명(리산드라 포함)이며 앞으로도 계속 늘어나리라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면 이 수많은 챔피언들을 어떻게 조합해야 수백만 소환사들이 그토록 갈구하는 승리를 얻을 수 있을까?
사실 통용되는 픽셋(Pickset, 한 팀을 이루는 5명의 챔피언 조합을 일컬음)은 EU 스타일로 대변되는 챔피언 조합법이다. 뭐 EU 분석글이야 EU의 유래부터 현실까지 자세히 까뒤집어놓은 것들이 차고 넘치므로, 탑 딜탱 + 미드 누커 + 정글러 + 봇 원거리 딜러 + 서포터가 가장 일반적인 EU 픽셋이라는 것에 주목해 핵심만 살펴보자면..
EU의 장점은 간단하게, 무난하면서 강하다ㅡ로 나타낼 수 있다. 극초반에는 정글러가 빠르게 레벨링 후 아군 라인의 성장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미드 메이지는 보통 6레벨 궁극기를 갖춘 강력한 스킬 셋으로 초중반 팀의 딜링을 책임지며, 중반 팀파이트 구도에서는 방어형 아이템을 어느정도 갖춘 탑 딜탱들이 정글러들과 함께 적 딜러를 방해하거나 딜을 받아내 아군 딜러들에게 위협적인 요소를 막아낸다. 3~40분이 지나는 후반 시점에서는 대부분의 공격형 아이템을 갖추고 우월한 공격력, 공격 속도와 사거리를 가진 원거리 딜러가 다른 팀원들의 딜량을 전부 합친 것보다 많은 대미지를 뽑아낼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지게 된다. 물론 초중반까지 이런 원거리 딜러의 성장이 멈추지 않게 보조하며 맵을 관리하고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하는 서포터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이렇게 EU는 게임 시작부터 극후반까지 빈틈없는 운영이 가능한 매우 최적화된 픽셋인 것이다.
물론 EU의 고착을 문제시하는 목소리도 있긴 했으나, 사실상 모든 프로 팀들이 EU 포지션을 염두에 둔 선수 운용을 하는데다가 이런 쟁쟁한 프로 팀들이 맞붙는 챔피언스 리그만 작년 스프링부터 한바퀴 돌아 두번째 스프링시즌까지 맞는 이 마당에 무슨...
이 글에서도 마찬가지로 EU에 들어맞는 포지션별로 픽의 의미와 기술을 다룰 예정
이지만 원딜, 서포터에만 빠삭한지라 봇라인 위주로 더 쓸 예정임여!
2 - 픽의 의미
기본적으로 어떤 챔피언을 픽한다는 것은 '나는 이 챔피언으로 라인전을 하고, 소규모 교전을 벌이고, 운영을 펼치고, 팀파이트를 할 것이다' 라는 의미를 가진다. 즉 당신이 티모를 꼴픽하든 상대 베인을 보고 케이틀린을 가져오든, 그 챔피언으로 어떻게 라인전과 국지전과 운영과 팀파이트를 할 지 대략적인 그림을 그려봐야 한다는 의미다.
물론 각 챔피언마다 특화된 플레이에 다소 차이는 있다. 따라서 단순하게는 초중후반 어느 타이밍에 힘을 실을 것인지, 더 전략적으로는 팀의 전체적인 플레이 컨셉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는 구체적인 챔피언 픽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롤이 팀 게임이라는 점이다. 결국 상대 팀에 따라 엔트리가 달라지는 축구와도 같이 롤도 상대 픽을 보고 전체적인 픽을 조율하는 방식이 존재한다. 이는 픽밴 시스템을 이용하는 랭크 게임이 일반 게임과 차별화되는 요소이며 바로 랭크 게임의 백미이기도 하다. 상대의 밴 리스트를 보면 어떤 챔피언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지, 어떤 플레이 스타일을 선택할 것인지 등을 유추할 수도 있다. (몰론 솔랭에선 그런 거 없다. 야! 말파이트 사는 소리 좀 안나게 하라! 맞아!)
결국 챔피언 하나 픽하는 데에도 상술했던 요소들을 고려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그것이 전략적인 선택인가 만행에 지나지 않는 락인인가가 판가름나게 된다. 의미가 있는 픽을 하자.
3 - 밴픽 시스템
1장의 제목은 사실 맞는 말이라고 할 수는 없다. 적어도 밴카드 하나 꺼내기 전에, 시작하자마자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밴픽 시스템과 문제의 명제를 이야기하기 전에, 솔로 랭크 게임과 팀 랭크 게임(이하 각각 솔랭, 팀랭)이라는 오묘한... 구분이 있다는 것을 환기해야겠다.
솔랭은 그야말로 무작위로 열 놈을 한데 묶어다가 두 팀으로 가른 뒤에 싸우게하는 반면에, 팀랭은 애초에 포지션부터 전략 전술까지 미리 준비한 두 팀이 맞붙는 시스템이다.
솔랭에서는 다른 네 놈이 뭘 잘하고 못하는지 알기가 힘들다. 물론 검색 시스템을 쓰면 되겠지만 그동안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애초에 각자 선호하는 포지션이 겹칠 경우가 대부분이고 전체적인 팀 컨셉은 아랑곳않고 자기가 하고싶은 챔프만 고집하거나 심지어는 이거 아니면 못한다는 똥배짱에 불특정다수가 피해받는 막무가내 트롤에... 그야말로 난장판이므로 한 놈이라도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그 게임에서 승리를 설계할 생각은 접자. 그게 편하니까.
팀랭은 포지션 가지고 다툴 일이 없으며, 챔피언 스왑으로 픽 싸움에서 이득을 볼 수도 있고, 밴 시스템이 솔랭보다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 무슨 말인고 하니, 애초에 5명이 모여 미리 주 포지션을 조율해 그쪽으로 연습하게 되고 미리 연습한 픽셋으로 상대의 픽에 맞춰가면서 주요 카드를 나중에 꺼내거나 아예 즉흥적으로 조합에 변형을 가할 수 있다. 또 팀 컨셉에 큰 위협으로 작용하는 챔피언들을 밴함으로써 밴카드 사용의 효율이 높아진다. 결국 승리를 위한 픽이라는 것은 적어도 팀랭에서는 기대해 볼만하다는 것이다.
그럼 이제 밴픽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할 차례다. 큐가 잡히고 매칭이 성사되면 붕붕거리는 음악과 함께 각 팀의 첫번째 슬롯에 있는 플레이어들이 세번씩 번갈아 총 6명의 챔피언을 지정한다. 이 챔피언들은 해당 게임에서 사용이 불가능하다. 알다시피 이 과정이 바로 밴인데, 그냥 아무거나 손가는대로 찍어대는 꼴밴으로 날려버릴 수도 있고 팀원과의 합의하에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엘리스, 럼블, 니달리, 리 신, 샤코, 케이틀린, 소나 등 라인전에서의 강력함을 이용해 상대와 차이를 점점 벌려가는 스타일의 챔피언을 위주로 밴한다면 무난한 성장을 중시하는 조합을 사용할 것이고
신지드, 라이즈, 카서스, 트위치, 코그모 등 어느정도 성장이 뒷받침되면 저지하기 힘든 포텐형 챔프들을 밴한다면 극도로 높은 압박을 가하는 조합을 사용하거나 혹은 그런 포텐 챔프들의 수를 낮춰 오히려 이쪽이 가져와 후반을 노리는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겠으며,
아무무, 자르반, 자크, 쉬바나, 바이와 같이 적의 진형을 무너뜨리고 딜로스를 유발하는 딜탱형 챔프들을 밴한다는 것은 미드 메이지와 원거리 딜러의 딜 상황을 확보하겠다는 의미이며 잔나 알리스타 룰루와 같이 딜러 보호에 탁월한 서포터 챔프를 가져오는 편이 많다.
물론 단순히 성능이 너무 좋다는 이유로 특정 챔프를 밴하는 경우도 많고, 무슨 근의 공식 외우듯이 밴리스트를 외우고있는 놈들이 1픽이 되면...
요는, 밴 시스템의 전략성은 두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솔랭을 돌리다 종교적인 관점에서 밴을 하려는 놈이 있으면 뜯어말리는 게 좋다.
다음으로, 밴이 끝나면 챔피언 픽을 하게 되는데, 항상 첫 밴을 한 쪽에서 첫 픽을 하고 상대팀은 두 개의 픽을 가져간다. 이렇게 반복하다 마지막 픽은 상대팀의 남은 한명이 가져가게 된다.
여기서 카운터픽이라는 개념이 주효하게 되는데, 만약 밴처럼 한번씩 주고받는 방식이었다면 먼저 픽하는 쪽이 다소 불리했을 것이다. 상대팀이 이쪽의 픽에 일일이 맞춘 픽으로 유리한 픽셋을 가져갈 수 있으니까. 하지만 1-2-2-2-2-1 순서로 픽하게 되면 먼저 픽하는 쪽이라고 마냥 불리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상대팀은 다음 턴에 두 개의 카드를 보여줘야 하고, 이는 조금 더 자세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의외로 마지막 픽카드 하나가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9명의 챔피언이 모두 나온 상태라면 라인전에서나 한타에서나 전투상황을 대충 그려볼 수 있으므로 최적화된 픽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
물론 인과율 계산기같은 걸 어디 하나 구해서 두드려볼 수도 없는 노릇이라, 카운터픽이라는 것은 라인전 상성이 그 대부분을 차지한다. 라이즈-카시오페아 베인-케이틀린 알리스타-룰루 피오라-잭스 이런 경우들처럼.
그렇다고 라인전 이외의 상황을 고려한 카운터픽이 불가능하냐면 그것도 아니다. 케넨의 궁극기 활용은 리 신이나 잔나를 가져옴으로써 무력화시킬 수 있고 상대가 다이애나 신지드 카직스 판테온 자르반 등 파고들어오는 돌진형 챔프를 기반으로 한타형 조합을 만든다면 베인 잔나 라이즈 이렐리아같이 받아치는 조합을 만들고 샤코 쉔 등을 끼워 4:5 운영으로 카운터치는 것도 가능하며, 노틸러스 누누 마오카이 아무무 초가스 등 자체적인 딜량이 그렇게 많지 않은 챔프들이 대부분이라면 소라카 픽으로 지속되는 교전을 유리하게 만들 수도 있다.
결국 이러한 픽을 할 때의 예상대로 전투가 이뤄진다면, 승리를 위한 픽을 했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우장창창 싸면 상성이고 뭐고 없다.
4 - 게임의 본질
약간 뜬금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게임의 본질은 이런 것이다.
랭크 게임의 목적은 이기는 것이다. 이기려면 적 넥서스를 부숴야 한다. 넥서스를 부수려면 넥서스 포탑을 부숴야하고 억제기를 최소한 하나는 박살내야한다. 억제기를 박살내려면 그 억제기 라인의 모든 전진 포탑을 부숴야한다. 결국 일차적인 목표는 포탑을 부수는 것이다.
승리를 얻기 위한 이런 단순한 과정에, 이제 효율성의 문제가 개입하게 된다. '어차피 포탑 부수는게 목표면 시작하자마자 5명이 달려서 미드 뚫으면 되는거 아님?' 물론 밸런스 엉성하던 옛날에야 한명이 타워에 텔포타서 와드깔고 네명이 와드에 텔포타고 넘어와 미드만 갈궈서 억제기 털고 이기는 게임이 나올 수 있었지만...
이제 이런 방식은 포탑의 상향과 더불어 유저들의 대처 능력이 향상된 지금 씨알도 안먹힌다. 5명이서 미드을 물고 늘어져봤자 포탑 체력 깎는데엔 한계가 있고, 적 팀이 탑과 봇에서 두세 웨이브만 먹고 미드로 바로 합류하면 애초애 전체적인 팀 스탯에서 너무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자면, 효율이 너무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다른 예로 라인 스왑이 있다. 라인 스왑을 시도한 쪽은 자기 팀의 2:1 라인이 상대팀의 2:1 라인보다 먼저 타워를 깰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선택이 가능한 것이다. 굳이 타워 파괴를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봇 라인의 2:2 상성이 너무 불리하거나 라인 상성이 불리한 탑 라이너를 가져왔을 때 라인 스왑으로 버티거나 오히려 더 좋은 운영으로 극복하는 플레이도 결국 효율성의 문제를 고려한 케이스로 볼 수 있다.
결국 가장 효율적으로 포탑을 깨고 억제기를 밀고 넥서스를 터뜨리려면ㅡ즉 게임에서 승리하려면 포탑을 '상대의 저항 없이' 미는것이 중요한데, 이 상황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 라이너들이 라인을 지키고 성장하면서 정글러의 도움을 받고 소규모 교전이 주로 일어나는 라인전 단계에서, 상대 라이너 부재시 타워를 미는 것.
둘째 - 전체 챔피언들이 교전하는 팀파이트 소위 한타에서 승리하고 상대가 전력을 회복하기 전에 타워를 미는 것.
셋째 - 백도어.
중요한 점은, 타워를 파괴하는 것은 어느정도 레벨과 아이템이 뒷받쳐줘야 가능하다는 그리고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초반에 우르르 타워를 깨러 몰려다니지 않고 왜 굳이 라인전을 하는가?
1레벨에서 10레벨 찍을 수 있는 시간동안 타워를 미는것보다 10레벨에서 15레벨 찍을 수 있는 시간동안 타워를 미는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챔피언들의 레벨이 높아질수록 '타워를 미는' 것의 가치는 '미니언, 중립 몹, 적 챔피언을 처치해 골드와 경험치를 벌어들이는' 것의 가치보다 높아진다.
또 레벨이 오르고 아이템이 갖춰질수록 상술한 세 가지 타워 파괴 방법들의 효율이 높아진다. 보통 될 수 있으면 최대한 라인전을 오래 끌면서라도 성장하려는 까닭은 이런 데에 있는 것이다
5 - 팀파이트의 중요성
상술한 세 가지 타워 파괴의 상황 중, 첫번째는 아무리 흥해봐야 2차 타워까지 미는 게 고작인데다가 다른 라인에서 흥망이 뒤집힐 수 있고 세번째는 너무 불확실하고 리스크가 큰 방법인데 반해서, 팀파이트 승리 후의 타워 확보는 상황에 따라 게임을 한 번에 끝내버릴 수도 있을 정도로 매우 중요하다.
이렇듯 중요한 팀파이트가 일어나는 장소는 대체로 드래곤, 바론, 블루 골렘 주위나 타워 근처가 되는데 이러면 승리한 쪽에서 생존한 챔피언들이 타워를 밀거나 버프나 드래곤, 바론을 확보하게 되어 격차가 벌어지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이로 인해 경기가 확 기울기도 한다.
또 만약 한타에서 승리한 쪽이 적의 억제기 파괴를 달성했다면 이후의 맵 장악에서 주도권을 가지게 되므로, 유리한 상황에서는 확실한 승리를 가져올 수 있고 불리한 상황이었더라도 한타 한 번으로 역전을 노릴 수도 있다.
6 - 팀파이트의 기본
팀파이트는 말그대로 팀간의 싸움이다. 팀파이트가 일어나지 않고 끝나는 게임은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일반적인 EU 픽셋의 팀 간 전투는, 보통 대치 상황에서 사거리가 긴 스킬샷으로 적에게 피해를 누적시키는 포킹, 다음으로 전투개시인 이니시에이팅으로 시작되며 서로의 탱커진이 딜러진을 무는 형태로 그려진다.
포킹 단계에서는 보통 한 팀이 주도권을 꽉 잡고 압박하게 되는데 이는 포킹 챔프를 쓰는 쪽에서는 웬만하면 조합을 고려해 포킹이 가능한 챔프를 두셋은 확보하기 때문이다. 또한 초중반의 경우 포킹 스킬들의 대미지가 매우 크기 때문에 확실한 이니시에이팅 타이밍을 잡지 못하면 오히려 흐지부지 달려들다 더 큰 피해만 입고 매우 불리해지기 때문에 부담이 심한 이유도 있다. 만약 포킹 조합을 상대로 변변한 이니시에이팅 스킬도 없는 받아치는 조합같은 걸 들고나왔다면 어설픈 한타는 꿈도 꾸지 않는게 좋다.
이니시에이팅은 어떤 형태로든 전투가 개시되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동네에서는 서로를 발견하는 순간 그 자체가 이니시에이팅이라고 하던데... 하여튼 이니시에이팅은 아무무의 붕대 던지기처럼 단일 대상 스킬이 될 수도 있고 슬픈 미라의 저주처럼 궁극 광역 스킬이 될 수도 있다. 굳이 대상이 여러명일 필요도 없고 꼭 CC가 아니라도 상관 없다.
예를 들어보자. 좁은 블루골렘 캠프 근처에서 대치하던 중 미스 포츈이 갑자기 쌍권총 난사를 사용해 적 전부에게 1초 이상 총알 세례를 뒤집어 씌웠다면? 만약 그 다음순간 재빠르게 아군의 하드 CC 스킬들이 날아간다고 해도 이 싸움의 이니시에이터는 포츈이다. 먼저 광역 피해를 성공적으로 입혀 싸우기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렇듯 이니시에이팅은 유리한 상황을 캐치하고 싸움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물론 먼저 싸움을 걸었음에도 결과적으로는 간발의 차로 질 수도 있겠지만, 앞뒤 안가리고 한놈 보인다고 다짜고짜 물어뜯으러 달려가는 놈은 그냥 멍청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항상 명심하자.
보통 이니시에이팅 후 5초 이내로는 모든 챔피언들이 각자 궁극기를 딜을 위해서든 아군 세이브를 위해서든 쓰기 마련이고 궁극기가 끝난 시점에서 지속되는 싸움에서 딜러가 생존했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물론 딜탱, 정글러들 심지어는 서포터들의 스킬셋으로 초중반에는 어느정도 딜을 뽑아낼 수야 있겠지만, 점점 탱커는 방어형 아이템을 딜러는 공격형 아이템을 갖추게 되고 딜탱들의 타겟은 자연히 전방에 있는 탱커보다 후방에 있는 딜러들이 주가 된다.
그런데 어느정도 라인전이 정리되고 모여서 구색이 갖춰진 한타를 시작하는 시점은 빠르면 10분 후반대 늦어봐야 20분 중후반인데, 그 시점에는 웬만한 탱템 하나만 나오면 원딜들이 달라붙는 딜탱 잡기가 그렇게 쉬운게 아닌지라 탑라이너들의 라인전 흥망이 승패를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원딜들의 진가는 코어템이 서너 개는 뜨기 시작하는 30분 중후반부터 발휘되고 그때부터는 딜탱들도 성장 정도에 따라 원딜을 완전히 압박하기는 힘들다. 오히려 초중반 시점에는 버스트 대미지가 뛰어난 AP 딜러들이 강한 모습을 보이는데, 생존과 원거리 딜에 최적화된 AD CARRY들과는 다르게 유틸리티성 짙은 스킬들을 다수 보유하는 것이 특징이다.
서포터들은 대개 철저한 와딩으로 적군 위치 파악을 용이하게 하고 시야 싸움을 바탕으로 버프나 중립 몹 확보를 가능하게 하며, 이는 시작부터 끝까지 서포터가 중요하게 여겨야 할 의무이다. 블리츠크랭크나 레오나처럼 이니시에이팅과 압박에 특화된 서포터도 있고, 케일 질리언 소라카와 같이 아군에게 가해지는 피해를 경감, 무력화하는 서포터도 있으며 소나 룰루 쓰레쉬 알리스타처럼 공격과 수비가 잘 조화되어 활용 범위가 매우 넓은 서포터들도 있다. 또한 나미와 타릭은 원딜의 능력을 강화하고 짧은 CC로 딜 상황을 만들어주는 데 특화되어있다. 공수양용 알리스타는 말할 것도 없고, 수비적인 잔나로도 진형파괴를 노려볼 수 있고, 레오나나 블리츠크랭크로도 충분히 아군을 보호할 수 있다.
정글러도 크게 라인전 단계부터 공격적 운영이 필요한 리 신 자르반 신 짜오 바이 등의 챔프와 자체 능력은 뛰어나지 않지만 팀파이트에서 아군과의 시너지를 발휘하는 아무무 마오카이 초가스 노틸러스 등의 챔프들로 갈리는데, 보통은 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라이너들이 후반 지향형이면 전자를 라인전 위주 챔프들이면 후자를 선택한다. 정글러들은 라이너들과 합세해 적 라이너들을 잡아내고 버프를 빼앗고 드래곤을 잡거나, 카운터 정글로 적 정글러를 말리게 해서 아군 라이너들의 부담을 덜어준다. 대부분이 정글러들은 초반 운영 성향이 어떻든 최소한의 공격 아이템만 확보하고 방템을 둘둘 말고 팀의 탱커로 역할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브루저 딜탱이든 원딜이나 메이지 누커든 서포터 정글러든, 포지션이라는 것은 그 챔프의 대략적인 행동 패턴을 암시하는 이름표이며, 실제 한타 상황에서는 항상 빠른 상황 판단으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하면 좋은 것을 캐치해서 실수없이 행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선택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원딜인 코르키라고 해서 무조건 생존을 위해 소극적으로 거리를 벌리며 딜하는 것보다 내게 붙는 적 딜탱에게서 순간적으로 벗어나 적 AP 딜러와 서포터를 폭딜로 잡아내고 죽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한타에 도움될 수 있으며, 서포터인 잔나로 무조건 아군 원딜만을 지키려다가 적 딜탱 한명에게 물려 전장에서 이탈하는 것보다 차라리 적들의 스킬 쿨이 돌아오기 전에 빠르게 위치를 잡고 들어가 적의 진형을 궁극기로 파괴해버리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때도 있다.
그러나 위의 예시는 각 팀의 아이템 보유 상황, 타워 상황, 라인 상황, 아군의 체력과 궁극기 유무, 시야 확보 상황 등의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한 뒤 확신이 들 때 시도하는 것이 좋은 임기응변술이며, 기본적으로는 항상 포지션별 기본 행동 패턴을 숙지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변칙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
승리에 대한 이야기 (중) 은 AD CARRY 픽의 의미와 기술에 대해 다룰 예정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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